포항 충진교회 엠센터를 다녀와서...
한반도 동쪽 끝, 바다와 철강의 도시 포항에 자리잡은 충진교회 엠센터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꽤나 거리가 먼 만큼 토요일과 주일에 걸쳐 1박2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방문했는데, 그 덕분에 주말 사역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 되었다.
낡고 잊혀진 마을, 그러나 사역은 지금 여기에

충진엠센터는 포스코 협력사들이 모여 있는 제철공단 인근 대송면에 자리잡고 있다. 이 마을에는 세워진지 125년이나 된 대송교회가 있다. 백 년 전, 오십 년 전, 아니 이삼십 년 전만 하더라도 엠센터가 있는 이곳 대송면이 포항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대송면의 인구는 급격히 줄었다. 건물들은 낡고 오래되었으며,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도 살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을이 되었다. 그런데, 그 빈 공간을 조금은 낯선 이들이 와서 채우고 있다. 철강공단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이다. 충진엠센터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유다.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이 골목에, 복음의 불꽃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장로님과 권사님 부부의 순종 – 이주민 선교의 시작

신재천 장로님과 이미영 권사님 부부를 만났다. 이곳에서 이주민 사역을 시작하신 두 분은 충진교회 단기선교팀에 합류하여 몽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매년 선교지를 방문하여 의료선교를 하는 의사 부부이시다. 단기선교에 참여하고 선교사님들의 사역을 돕는 것을 본인의 사명으로 여기던 두 분에게 어느 순간 철강공단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근로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교지의 영혼들을 섬기던 마음은 자연스레 외국인 근로자들을 섬기는 것으로 이어졌다. 회사 기숙사로 찾아가서 아픈 친구들을 봐주시고, 휴일에는 경주 보문단지와 포항 바닷가 등 좋은 곳을 찾아 외국인 근로자들과 소풍도 다니고, 배구며 축구며 이들이 좋아하는 운동도 함께 하였다. 이렇게 관계가 맺어진 캄보디아 근로자들이 한 명씩 한 명씩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였다.
성령의 인도, 선교사 가정과의 만남

마침 안식년을 맞아 국내에 와 계신 캄보디아 선교사님이 계셨다. 장로님은 캄보디아 선교에 관심이 있는 5-6명의 성도들을 모아 캄보디아어 반을 만들고, 선교사님을 통하여 주일 오후에 캄보디아어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조금씩 배운 캄보디아어로 이미영 권사님은 후에 캄보디아 근로자들과 커메어로 성경공부를 하고, 캄보디아 현지 목사님의 유튜브 설교를 함께 들으며 이곳을 찾아오는 캄보디아 근로자들이 믿음의 사람이 되도록 도울 수 있었다. 두 분과 함께 충진교회의 많은 성도님들이 이곳에 오는 이주민들의 부모가 되어주고, 선생님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었다.
이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캄보디아 사랑의 문화원”이 세워졌고, 주일 모임은 교제를 넘어서 성경공부 모임으로, 예배 공동체로 성장했다. 예배에는 언제나 기쁨과 감사가 가득했고, 사랑공동체, 믿음공동체가 되었다.
전임 사역자 없이 10년, 하나님은 일하고 계셨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사역이 전임 사역자 없이, 단지 몇몇 성도들의 섬김으로 10년 동안 지속되었다는 사실이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외롭고도 은밀한 섬김이 계속되었고, 그 가운데 수많은 캄보디아 근로자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2023년, 마침내 교회는 기존의 선교위원회와 별도로 엠센터사역위원회(이주민선교 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성도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던 “캄보디아 사랑의 문화원”이 “충진엠센터”가 되었다. 이어서 한국에서 신학을 하고 있는 레아스마이 강도사님(캄보디아 출신)을 엠센터 사역자로 모셨다. 장로님 부부와 강도사님. 그리고 엠센터 담당 목사님이 한 마음 한 팀이 되자 부흥의 때가 온 것처럼 공동체는 성장하고 열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지체들로 예배팀이 만들어졌다. 지난해에 8명이 세례를 받았고, 올해에도 3명이 세례를 받았다. 캄보디아 지체들에게 엠센터는 ‘충진엠센터’일 뿐 아니라 ‘우리의 센터’가 된 것 같다.
토요일 밤의 감동

토요일 저녁 충진 엠센터에 도착하니 마침 주일에 세례를 받기로 되어 있는 두 명의 형제와 한 명의 자매가 세례문답을 하고 있다. 세 사람의 신앙 고백을 들으니 그들의 믿음이 참 순수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례식은 충진교회 주일 낮예배에서 내국인 입교/세례자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문답이 진행되는 동안에 막 퇴근하여 근무복 차림으로 들어오는 형제 자매들이 있다. 주일 예배 준비를 위하여 모이는 찬양팀원들이다. 캄보디아 이주 근로자들의 믿음이 자라고 복된 삶이 이어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에 감동과 감사가 밀려온다.
내일을 기대하다 – 네팔 공동체의 시작
2025년 4월 13일. 엠센터의 네팔 공동체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첫 예배를 함께 드렸다. 오후 3시에는 네팔 예배, 저녁 6시에는 캄보디아 예배가 이어진다. 예배에 앞서 한국어 수업, 예배 후에는 성도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함께 저녁 식탁을 나눈다. 때때로 캄보디아 형제자매들이 가져온 전통 디저트가 더해지면 식탁은 더욱 풍성해진단다. 이주민들의 고달픈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가정 같은 따뜻함과 사랑이 넘치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충진엠센터는 준비된 전임 사역자가 없어도 이주민선교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수님의 마음을 가진 한 가정, 그리고 마음을 같이 하는 헌신된 성도님들로 이주민선교가 시작되었다. 이제 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선교적 삶을 실천하며 이주민들을 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할렐루야~
<충진엠센터>
사역자: 신재천 장로(010-6502-2223), 레아스마이 강도사(010-4943-6864)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제내길 36
글: SNS 김강석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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